채근담(菜根譚)은 중국 명(明) 나라(明) 말엽의 유학자인 홍자성(洪自誠)이 지은 책입니다. 채근담은 ‘사람이 항상 채근(菜根, 나무뿌리)을 씹을 수 있다면 모든 일을 이룰 수 있다’는 말에서 따온 것입니다. 사람이 비록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끼니를 연명한다 하더라도 매사에 성심을 다해서 노력하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뜻이며, 책의 내용 또한 이러한 내용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채근담에 나오는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1. 천지에 있는 모든 것이 나와 같을 수는 없다.
▶ <예화>
연나라 왕이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왕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었으나, 여러 중신들과 의견이 맞지 않아서 그 사람들을 뽑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날 왕은 덕행과 학식이 뛰어난 설결이라는 선사를 불러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물었습니다.
“중신들이 훌륭하고 쓸모가 있는 자를 뽑아야한다고 하는데, 어떤 자를 훌륭하다고 할 수 있소? 또 어떤 자를 쓸모 있다고 할 수 있소?”
설결 선사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습니다.
“글쎄요…”
“선사처럼 학식과 덕이 높은 사람도 명쾌한 대답을 주지 못하다니 놀랍구려.”
“말씀드리자면, 그것은 왕께서 인재를 보시는 기준과 중신들이 인재를 보는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좀 더 자세히 말해주오.”
"사람은 고기를 좋아하지만, 소는 풀을 좋아합니다. 사람은 쥐를 싫어하지만, 독수리는 쥐를 좋아합니다. 또한 개구리는 뱀을 싫어하지만, 뱀은 개구리를 좋아합니다. 이와 같은 이치를 미루어볼 때 사람은 저마다 좋고 싫음의 기준이 다른 법입니다. 그러므로 인재를 등용할 때도 왕께서 좋아하는 기준으로만 판단하지 마시고, 중신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셔야 할 것입니다. "
설결 선사의 말에 왕은 지금까지 인재를 뽑지 못한 근본적이 이유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머리를 끄덕였다고 합니다.
▶ 채근담 원문
人情 聽鶯啼則喜 聞蛙鳴則厭 見花則思培之 遇草則慾去之
但是以形氣 若以性天視之 何者非自鳴其天機 非自暢其生意也?
인정 청앵제즉희 문와명즉염 견화즉사배지 우초즉욕거지
단시이형기 약이성천시지 하자비자명기천기 비자창기생의야? -후집 50-
<사람의 감정이란 꾀꼬리 우는 소리를 들으면 기뻐하고, 개구리 우는 소리를 들으면 싫어하며, 꽃을 보면 가꾸고 싶고, 풀을 보면 뽑고 싶어 한다. 이는 다만 생김새와 그 성질만 가지고 사물을 구분하기 때문이다. 만약 본래의 바탕을 가지고 본다면 무엇이든 천기(天機)의 울림이 아닌 게 없고, 스스로 삶의 뜻을 펴지 않는 것이 없다.>
2. 초나라 장왕의 깊은 뜻
▶ <예화>
춘추시대 초나라 장왕(莊王, BC 613~BC 591)이 즉위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정사에 신경을 쓰지 않고 허송세월을 보내는 듯했습니다. 어느 날 왕에게 늘 가까이 있으며 일을 보던 신하가 말했습니다.
“제가 수수께끼를 하나 내겠습니다. 남쪽 산에 살고 있는 새 한 마리가 있었는데, 3년 동안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은 채 웅크리고만 있었습니다. 이 새의 이름을 무엇이라고 붙이는 게 좋겠습니까?”
장왕은 그 신하가 말한 뜻을 깨닫고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3년 동안이나 날지 않은 것은, 장차 더 높이 날기 위해 날개의 힘을 기르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소리 내어 울지 않았던 것은 주위 사람들을 관찰하기 위함이었다. 만약 때가 되어 날게 된다면 하늘 높이 날아오를 것이고, 울기 시작하면 모든 사람들이 놀라 귀를 막게 될 것이다. 그대가 지금 내게 한 말뜻을 잘 알고 있으니, 걱정 말아라.”
몇 달이 지난 후, 장왕은 마침내 정사를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안으로는, 지금까지 침묵하며 살펴온 것을 토대로,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는 열 가지 법령을 폐지하고,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두었던 아홉 가지 법령을 만들어 시행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부패한 신하를 몰아내고, 내정을 다지며 숨은 인재들을 등용했습니다. 밖으로는 군사를 일으켜 제나라와 진나라를 쳐서 대승을 거둠으로써 중원의 패자(霸者)의 자리에 등극하였습니다.
장왕은 춘추 5패의 한 사람으로 이름을 남겼습니다.
▶ 채근담 원문
伏久者 飛必高 開先者 謝獨早 知此 可以免蹭蹬之憂 可以消躁急之念
복구자 비필고 개선자 사독조 지차 가이면층등지우 가이소조급지념 -후집 76-
<오래 엎드려 있던 새는 반드시 높게 날고, 먼저 핀 꽃은 홀로 일찍 떨어진다. 사람도 이런 이치를 알면 가히 발을 헛디딜 근심을 면할 수 있고, 가히 초조한 생각을 없앨 수 있다.>
채근담에 나와 있는 두 가지 원문들을 예화를 통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성장기에 읽으면 좋을 책으로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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