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 어김없이 밸런타인데이가 찾아왔습니다. 연인들에게는 행복하고 즐거운 날이 되겠고, 솔로인 분들에게는 왠지 모르게 밉살맞은 날이 되겠습니다. 오래전 상술이 뛰어났던 누군가에 의해 2월 14일에 초콜릿을 주고받게 되었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상술인 줄 알면서도 그냥 초콜릿을 삽니다. 서양의 풍습이었지만, 언제부턴가 우리의 풍습이 되어서 그냥 지나가면 서운한 밸런타인데이를 맞았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유래’에 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1. 성 밸런타인 처형일에서 유래되었다는 설(設)
3세기 무렵 로마의 황제 클라우디스 2세는 군대의 기강을 잡기 위하여 병사들의 결혼을 금지시켰는데, 발렌티누스 사제가 결혼을 못하는 젊은 남녀들을 가엾게 여겨 몰래 결혼식을 허락하는 성사를 치러주었다고 합니다. 그로인해 발렌티누스 사제는 황제에게 처형되었고, 그 처형일이 2월 14일 이었다고 합니다. 이 발렌티누스 사제가 죽은 날에서 밸런타인데이가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2. 루페르칼리아 축제에서 유래되었다는 설(設)
밸런타인데이가 고대 로마의 루페르칼리아(Lupercalia) 축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1) 루페르칼리아(Lupercalia) 축제
고대 로마에서는 매년 2월 13일에서 15일에 루페르칼리아 축제를 열었다고 합니다. 이 축제는 ‘루페르키(Luperci)’라는 축제를 주관하는 사제들이 팔라티노(Palatino) 언덕에 있는 루페르칼(Lupercal) 동굴에서 염소와 개를 제물로 바치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팔라티노 언덕은 그리스로마신화에서 로마의 건국 영웅으로 언급되고 있는 로물루스(Romulus)와 레무스(Remus)가 늑대의 젖을 먹었다는 장소입니다.
(2) 루페르키 사제들의 채찍
루페르키 사제들은 벌거벗고 언덕 주위를 도는 많은 사람들을 염소가죽으로 만든 채찍으로 내리치는 의식을 행했습니다. 특히 사제들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여자들을 채찍으로 때리면, 그 여자들은 임신하게 된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3) 축제의 의미
이 축제는 가축과 농작물을 보호하고 다산을 기원하는 의미의 축제였는데 5세기 말까지 지속되었습니다. 이후, 494년 교황 겔라시우스 1세는 이 축제를 이교도들의 것이라 하여 금지시켰고, 대신 2월 14일을 성 발렌티누스(St. Balentinus) 축일로 지정하여 기념하도록 했습니다.
(4) 두 명의 발렌티누스 성인
로마 카톨릭 순교록에는 두 명의 발렌티누스 성인이 나오는데, 한 명은 클라우디우스 2세 황제 때 처형된 발렌티누스 사제였으며, 또 한 명은 로마에서 북동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테르니의 주교 발렌티누스인데 역시 순교했다고 합니다. 로마 카톨릭에서는 2월 14일을 성 발렌티누스 축일로 기념하여 오다가, 1969년 새로 즉위한 교황 바오로 6세는 역사적 기원이 의심되는 성인들의 축일을 정리하면서, 성 발렌티누스 축일을 삭제했습니다.
1번과 2번을 언뜻 보면, 오늘날의 밸런타인데이의 의미인, ‘남녀 간의 사랑의 마음과 선물을 전하는 날’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래 3번에서 오늘날의 의미와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3. 제프리 초서(Geoffrey Chaucer, 1343~1400), ‘새들의 짝짓기에서 유래’ 설(設)
(1) 제프리 초서는 근대 영시의 창시자로, ‘영시의 아버지’로 불리며, 중세 이야기 문학의 집대성이라고도 할 대작 <캔터베리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그의 작품 <새들의 회의(Parliament of Fowls)>는 699행으로 이루어진 시(詩)인데, 주인공은 새들이 모여 사랑을 구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중에서 아래의 구절이 나옵니다.
‘왜냐하면 오늘은 인간이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새들이 자신의 짝을 선택하러 오는
성 발렌타인 축일이기 때문이다.
새들은 엄청나게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제프리 초서, <공작부인 이야기>(김재환 옮김, 나남, 2009, p.203~205)-
cf. 그의 <새들의 회의>는 우리나라에서는 <공작부인 이야기>(김재환 옮김, 나남, 2009)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14세기 영국인들은 2월 14일경이 되면 새들이 짝짓기를 시작한다고 생각했고, 시인 제프리 초서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새들의 짝짓기 시기를 성 밸런타인데이와 연계를 시켰습니다. 초서는 2월 14일을 ‘새들의 구애일’로 표현했고, 이것은 이후 ‘인간의 구애일’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설(設)입니다.
(2) 14세기 영국의 소녀들은 2월 14일 아침에 눈을 뜨고 가장 먼저 만나는 새로 자신의 결혼을 점쳤다고 합니다. 가장 먼저 만나는 새가 울새일 경우 가난한 남자와 결혼을, 그 새가 방울새라면 부유한 남자와 결혼을, 그리고 그 새가 참새라면 가난하지만 행복한 결혼을 하게 된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또한 남자들은 이렇게 자신의 미래를 점치며 희망에 부풀어 있는 여자들에게 용기를 내어 고백했다고 합니다.
(3) 영국 최고의 극작가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는 그의 작품 <햄릿>에서 2월 14일을 ‘사랑의 날’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뿐만 아니라 많은 영국의 문학가들은 이때부터 ≪밸런타인데이=연인의 날≫로 묘사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그들의 풍습과 문학작품들 속의 밸런타인데이는 오늘날 여성이 좋아하는 남성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로 변화되었습니다. 밸런타인데이의 유래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행복한 날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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