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직, 그것이 국가이건 기업이건 또는 작은 소모임이건 간에, ‘각자위정’하는 개인이나 그룹이 있다면 그 조직은 성공적인 운영보다는 실패에 가까운 운영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결국에는 조직이 해체되거나 망해서 없어지거나 하는 일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도대체 ‘각자위정’이 무엇이길래 그런 결과를 초래할까요? 오늘 옛이야기를 통해서 ‘각자위정’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 각자위정(各自爲政)의 출처
이 고사성어의 출처는 중국의 <좌씨전(左氏傳)>으로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책입니다. 공자의 역사서인 <춘추(春秋)>를 노나라의 좌구명(左丘明)이라는 사람이 해석하여 다시 쓴 책으로 <좌씨춘추(左氏春秋)>, 또는 <좌전(左傳)>이라고 부릅니다.
◆ 각자위정(各自爲政)
(1) 각자위정의 뜻
각자위정의 한자를 보면, 각각 각/스스로 자/할 위/정사 정으로 ‘사람들이 각자가 스스로 자기 멋대로 행동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전체와의 조화나 타인과의 협력을 생각하지 않으면 큰일을 그르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2)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 BC 770~BC 221, Spring and Autumn Period)
중국의 춘추시대는 공자(孔子)가 사서인 춘추(春秋)에서 이 시기의 역사적 사건들을 쓴 것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 시대에는 진, 초, 제, 오, 월나라의 왕들을 춘추 5패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대체로 제나라, 진나라, 초나라가 중심이 되어 서로 세력을 다투던 시기였습니다.
그 외에도 송나라, 정나라, 위나라, 노나라 등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특정 강대국과의 협력 또는 연합을 취하면서, 강대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으며 전쟁을 거듭하던 혼란기였습니다.
(3) 송(宋)-진(晉) 동맹, 정(鄭)-초(楚) 동맹
송나라는 진나라와 가까워지게 되었고, 이는 송나라와 친했던 초나라 장왕(莊王)의 심기를 건드리게 됩니다. 장왕은 송을 벌하기 위해 동맹국인 정나라로 하여금 송나라를 공격하게 합니다.
(4) 송나라의 장수 화원(華元)의 근시안적 어리석음
송나라의 장수 화원은 초나라의 사주를 받은 정나라가 쳐들어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그는 군사를 이끌고 대극(大棘)이란 곳에서 정나라 군사를 맞을 준비를 합니다. 결전을 앞둔 전날, 장수 화원은 군사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식사 때 특별히 양고기를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화원은 자신의 마차를 모는 양짐(羊斟)에게는 양고기를 제공하지 않았죠. 이에 부하 장수가 화원에게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양짐은 전쟁에서 직접적인 임무를 수행하지 않는 사람이네. 양고기는 전쟁에서 직접 싸울 사람들에게만 주면 되지, 마차꾼인 양짐에게까지 줄 필요는 없네!”
(5) 마차꾼 양짐(羊斟)의 앙갚음
이윽고 다음날 송나라와 정나라의 전투가 벌어지고, 양쪽 군대는 일진일퇴하며 좀처럼 승패가 가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러던 중에 송나라 장수 화원은 마차꾼 양짐에게 명령합니다.
“마차를 적의 병력이 허술한 오른쪽으로 돌려라!”
다음 순간, 마차꾼 양짐은 자신의 상관의 명령과는 반대인 왼쪽, 즉 정나라 군사들이 밀집해 있던 쪽으로 마차를 몰고 갑니다. 이에 화원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칩니다.
“무슨 짓인가? 왜 내 명령대로 마차를 몰지 않고, 반대쪽으로 마차를 모는 건가?”
이에 마차꾼 양짐이 대답합니다.
“어제의 양고기는 장군의 판단에 의한 것이었지만, 오늘의 이 마차는 내 판단에 따라 처리할 것입니다!”
(6) 포로가 된 장군
결국 양짐은 정나라 군대 진영으로 자신의 상관을 태운 마차를 몰고 들어갔고, 송나라의 장수 화원은 정나라의 포로가 되었습니다. 대장이 포로가 되자 송나라는 모든 전의를 상실하고 큰 패배를 당하고, 나라는 기울어질 정도의 참담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 각자위정한 양짐과 융통성 없는 화원
송나라 패배의 원인은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이 이야기의 출처인 <좌씨전(左氏傳)>에서는 ‘각자위정’한 양짐에게 그 원인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양짐은 좁은 마음으로 자신이 모시는 장군의 행동을 해석했습니다. 나중에 따져도 될 일인데도 불구하고, 전쟁의 승패와 국가의 존망이 달려있는 중요한 순간에 자기 멋대로 분별력 없는 행동을 한 것입니다. 물론 군사들에게 양고기를 주면서 자신의 직속부하만을 제외시킨 장수 화원의 어리석고 융통성 없는 판단 역시 송나라 패배의 원인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가 살다 보면 작은 일에도 기분이 나쁘게 되는 일이 생길 때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감정은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즉시 훌훌 털어버리는 것이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싸우고 앙갚음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옛이야기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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